(약혐) 완전매복 사랑니 발치 후기
20대 초 군대 다녀오고 난 후에 치과검진을 갔을 때 사랑니에 관해 여쭸었다.
당시 치과에서 '사랑니가 많이 누워있어 뽑을려면 빨리 뽑아라, 그러나 불편하지 않다면 뽑지 않으면 된다.'라고 말씀하셨다.
사랑니가 얼마나 누워있냐?
최근 치과에서 가서 찍은 사진을 참고하자면, 완전 매복 사랑니로서 아주 이쁘게 누워계셨다.
집 근처에서 사랑니 상담을 위해 치과를 방문하니 거기서도 똑같은 말을 하긴 했다.
불편하지 않으면 안 뽑아도 되고, 불편하면 뽑는게 좋다고...
내가 사랑니를 뽑으려 하는 이유
첫 번째. 굉장히 피곤하거나 잇몸 상태가 안 좋을 때는, 사랑니를 덮고있는 잇몸이 부어 입을 다물면 서로 맞닿는다.
두 번째. 가끔 껌이나 튀김을 씻을 때에 잘못 씹으면 찌릿할 때가 있다 (사랑니가 원인인지는 모름)
세 번째. 20대 때 부터 치과 갈 때마다 들어왔던 10년이나 묵은 숙제를 처리하고 싶었다.
요약하면 위 세가지 이유다.
사랑니를 처음 빼봐서 당일 날 뽑고, 다음주에 실밥 뽑고 또 빼면 되지 않을까?라는 귀여운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야간진료를 하는 치과를 가서 그런지 시간이 오래걸릴 것 같아 다음주에 다시 방문해야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엑스레이상으로 아래 사랑니들이 신경을 통과하는 위치라 CT까지 찍어서 신경을 최대한 건들이지 않는 방향으로 뽑아야 한다고 CT까지 찍고 귀가를 했습니다.
대망의 사랑니 발치날01
와이프 왈 사랑니 뽑을 때는 마취주사가 가장 아팠다고 했던가... 사랑니 발치에 관한 인터넷 썰을 정독하고 왔는데, 어떤 사람은 4짝을 한번에 했다던데 저는 그렇게는 못할 것 같아 오른쪽 위아래를 먼저 뽑기로 했습니다.
치과의사 선생님 왈 CT를 찍어보니 사랑니가 신경을 누르고 있어서 발치하다가 신경에 손상이 갈 수도 있다. 발치 후 다음날에도 마취가 풀리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즉시 치과를 방문해달라는 주의 말씀은 해주셨다.
사랑니 발치 전문인 분이셔서 어차피 빼러 온거 잘 해주시라 믿어 의심치 않고 발치를 진행했습니다.
마취 주사 넣기 전에 국소 마취라 하나? 마취약을 먼저 바르고 시간이 조금 지나고 마취주사를 놓으니 전혀 아프지 않았다. 선생님이 실력이 좋은걸지도?
마취가 잘 들었는지 찔러서 확인하시고 발치에 들어갔는데, 눈을 가리고 소리만 들으니 좀 공포긴 했다.
살 자르는 소리... 사랑니 가는 소리... 의사쌤이 손 부들부들 떨면서 뽑는 소리...
사랑니를 조각조각 내서 뽑는 중에 한번은 신경을 건들였는지 정말 번개맞은 것 처럼 찌릿했었습니다.
그 후 잔뜩 쫄아서 긴장하다가 영겁의 시간 같던 아래 사랑니 발치가 끝나고 잠시 쉬고 윗쪽 사랑니를 뽑았습니다.
아래는 오래걸린 것에 비해 위는 한 5분?하고 그냥 쏙 빠져 엄청 빨리 끝났습니다.
일어나서 보니 옆에 조각조각난 사랑니가 보여 진짜 끝났구나 싶었습니다. (이 날은 사진을 찍진 못했네요)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얼음찜질 잘 하라 하시고 일주일 뒤에 실밥을 뽑으러 방문예약하고 치과를 나왔습니다.
시간을 보니 1시간이 조금 넘게 발치를 한 것 같습니다.
진정한 고통은 발치 이후에...01
발치야 심리적인 두려움은 있었지만, 마취가 있어 육체적인 고통은 거의 없었다 (신경 한번 건들인거 빼고...)
진정한 고통은 마취가 풀리고나서였습니다.
은은하게 다가오는 고통은 첫날밤 눈물까지 나며 새벽에 잠이 깨더라구요... 처방된 약을 먹었으니 엄청 고통스럽다 이런건 아닌데, 새벽에 약빨이 떨어질 때 깨는건가...
비몽사몽이라 기억은 잘 안 났지만 분명 제 눈가에 눈물이 또르륵 하더라구요 ㅠㅠ 이 나이먹고...
진통제는 정말 강력한 것을 처방해주었더고 꼭 챙겨먹으라시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가 약 먹는거 오지게 빼먹는 사람인데 역시 내가 아프면 꼬박꼬박 먹게 되어있더라구요 ㅋㅋㅋ
그리고 가장 불편했던게 오른쪽 발치 했을 때는 입이 잘 벌어지지 않아 밥을 먹을 때 너무 힘들었었습니다.
아마 첫 발치라 너무 긴장하고 턱이 굳어서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1주일 후 실밥을 빼고 고통은 많이 줄었지만, 입을 다 벌리는건 2~3주가 지나 겨우 호전되었습니다.
대망의 사랑니 발치날02
세상에 이 고통을 한번 더 해야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발치 후 고통이 너무 힘들었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 발치를 했을까 후회막심했지만, 이미 시작한 것 단김에 뽑야죠 ㅠㅠ
주의 사항은 이전과 같았고, 이번엔 긴장하지 않고 몸을 풀고 발치를 진행했습니다.
왼쪽 아랫니는 오른쪽보다 더 많이 조각내는 것 같았고, 윗니도 오른쪽 보다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그래도 매를 이미 한 번 맞아봐서 그런가 각오를 다지고 들어가 나름 스무스하게 지냉 되었으며 (시간은 동일)
발치가 끝나고 조각난 사랑니의 사진을 찍는 여유까지 생겼습니다.

엑스레이로만 보다가 실제로는 처음 보는 데면데면한 내 사랑니
너가 치과 갈 때마다 찜찜한 기분을 주었던 친구구나... 이젠 안녕
진정한 고통은 발치 이후에...02
이번에도 역시 새벽에 눈물을 흘리면서 깼습니다. 첫 날은 국룰인가봐요.
두 번쨰라 그런지 턱이 굳지 않아 입을 벌리는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고, 다만 꼬맨 자국이 이번엔 좀 아파서 실밥을 풀고 나서도 고통이 1주는 갔던 것 같습니다.
20대 때 부터 미뤄온 영원한 숙제를 해결한 것 같아 좀 홀가분한 것 같습니다.
사랑니는 막 생겨나 턱뼈와 합쳐지기 전에 뽑는게 가장 쉽게 뽑을 수 있다고 합니다.
내새끼한테는 뽑을꺼면 20대 초에 빨리 뽑으라 권하리...